TEDxPalgong 참가 후기
2011/01/29 21:31
"Idea Worth Spreading" 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인 TED의 독립행사인 TEDxPalgong에 다녀왔다. 평소에 TED를 보며 공감도 많이 하고 막연히 '좋구나~'라고 하던 차에 일종의 스핀오프(?) 격인 지역 TED가 한다길래 바로 신청하여 참석하였다.
일단 가장 핵심적인 6명 발표자의 발표(강연? 스피치? TED 성격 상 이 18분 짜리 발화를 뭐라해야 될지 정확히 모르겠다. '프레젠테이션'이 적절한 느낌이라 '발표'가 가장 나을듯)에 대한 느낌. 어디까지나 개인적, 주관적인 감상이다.
1. 김태견 발표자: 웹, 지역을 넘어 세계로.
- 첫번째 발표자였다. 트위터 관련 소셜 웹서비스와 여러 웹솔루션 업체를 운영하신다는 배경 설명. 거기까지 약력 설명을 읽고 발표 초반부를 들었을때만 해도 최근 화두가 되고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기술적 융합이라든가, 가능성이라든가, 지역사회 발전의 기여방안 이라든가 그런 쪽으로 진행 될줄 알았다.
웹 세계에서 지역에 얽매이지 말고 발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가다가 "I can do it. We can do it, Why not?"....?????? 뭔가 자기 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로 끝맺어졌다. 중간에 내용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나? 기대치와 달라서 그냥 멍했다.
2. 최명군 발표자: 페루에서 본 내 고향
- 한마디로 하자면 편견을 극복하자는 주제. 주제로 끌고 들어가는 데에 있어서 공감대 형성, 적절한 유머, 설득력 있는 체험담, 시각적으로 피곤하지 않는 PPT까지. 발표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발표자들 중 가장 매끄러운 진행이었다. 그러나 과연 주제와 발표 내용 자체가 TED에 나올만 한 내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정지훈 발표자: 미래학교
-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와 그것을 실행하는 학교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발표. 발표자의 배경만 보자면 왜 '교육'이라는 화두를 나온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꽤나 충실하고 생각해볼 요소가 많았다. 중간에 상영된 TED 영상도 '교육 혁명'를 다루고 있어 흐름이 적절했다고 느껴졌다.
특히 전공은 속이지 못하는 법이라 교육을 게임에 대입했을때 학습이라는 것이 퀘스트에 비유되고 교사가 NPC가 된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국 미래의 교육과 학교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었고, 현재 교육현실(대입, 사교육, 획일화, 지식위주)에서 패러다임 시프팅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어떠한 방법을 통해야 하는가, 교육 단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구조의 문제가 아닌가 등등등 의문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마무리로서 우리나라 미래의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충분히 적절했다.
다만 발표가 너무 '교수님스럽다'는 느낌이 있었다. 영어로만 된 흰 바탕에 검은 텍스트 일색의 PPT는 의대 교수님이라는 발표자의 배경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발표 도중에도 간혹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4. Craig White: 대구 경북을 위한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for Daegu,Gyeongbuk)
- 대구경북 지역 발전과 지역 내 외국인 혹은 관광객을 위한 홍보를 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크라우드 소싱, 즉 참여 위주의 아웃 소싱을 하자...는 취지의 발표. 쉽게 얘기해서 3D 대구 맛집 웹사이트를 만드는데 대구 시민들과 거주 외국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만들자는 이야기. 영어로 진행되어 놓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미리 발표 번역문을 나눠주어 주제에 대한 이해에는 영어 능력이 크게 좋지않아도 무리가 없었다. 주최 측의 배려가 고마웠다.
지역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화두인 '소셜', '참여'의 개념을 접목 시킨 점은 눈여거 볼만했다. 다만 그 솔루션으로 국채보상운동의 저력,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민족 운운은 좀 핀트가 어긋나는 것 같았다. 좀더 구체적인 예나 참신한 방법을 들고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발표자가 들고 나온것도 일종의 '사업'인데 수익배분 구조에 대해 더 이야기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것을 이타심에 의한 '참여'에 기대는 것은 전혀 참신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앱스토어의 개발자와 애플의 수익 분배 구조를 갖고와서 대구 지역 식당/맵 제작 컨텐츠 제공자/웹사이트 운영자 간 수익 배분 구조를 요리조리 굴려보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최복호: 비빔밥 패션
- 색, 컬러의 개념과 힘, 가능성, 지역 사회에서 그 기능과 역할. 이라고 하면 될까. 발표가 워낙 이리튀고 저리튀어 가닥을 잡기가 힘들었다. 패션계의 능력자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발표 그 자체의 구성, 진행은 청자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큰 줄거리는 매우 공감 가는 내용이고 마지막에 제시된 대구 공공디자인에 대한 언급도 격하게 공감하는 바라 자동으로 박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말로만 컬러풀 대구 하지 말고 진짜로 색깔있는 대구가 되자"는 제안은 대구 특유의 보수성과 "색(色)"이라는 글자가 함축하는 성적 뉘앙스까지 연상되며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다만 화려한 색의 향연만이 대구의 색깔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패션도 미니멀리즘이 있고 바로크 풍이 있고 그런것 아니겠는가.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의 곡선이 스웨덴, 덴마크의 실용적 미니멀리즘보다 우월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공디자인이 가져야하는 미덕인 실용성, 시인성 등을 포기하면 그 또한 제대로 된 공공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또 개인의 취향 문제도 개입되면 여기에 대한 논의는 끝없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 사회를 관통하는 디자인과 색깔(개성)을 가져야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6. 우승민: 순리대로 사는 인생
- 소박하게, 소탈하게, 욕심내지 말고 사는 것이 순리대로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라는 요지의 발표 내지는 토크. 그냥 패스해도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 역시 TED와 부합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거기에 연예인을 보러 간것도, 누군가의 행복론을 들으어 간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TED가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것은 잘 모르지만 토크쇼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발표자가 아니라 특별 게스트로 왔었으면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지막에 시간대를 잡은것도 그저 연예인 구색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 사소한 몇 가지들
1. 발표 순서 변경되었음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팜플렛에 나와있는 시간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 어떤 언급도 없었다. 내가 못들었나? 변경되었으면 이유는 둘째치더라도 최소한 변경되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줘야하는거 아닌가?
2. 진행 상 기술적 문제들.
인터넷 동영상이 끊겼다. 사전에 동영상을 캡춰해서 파일로 돌리는게 안정성이 훨씬 높았을것이다. 발표 도중 울리는 소방경보. 발표도중 울리는 건 사고라고 치고. 무려 소방 경보다. 발표를 잠깐 중지하고서라도 오작동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3. 주차 문제
추워서 차를 가져 갔는데 주차비가 4000원 이었다. 평일도 아니고 학교측이랑 협의해서 주차증에 도장을 찍든 해서 주차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거 같던데. 아깝지는 않다. 그런데 최소한 주차 문제에 대해 언급이라도 있었어야 하는것 아닌가? 사전에 교내 토요일 주차는 얼마라는 한줄짜리 공지라도 있었더라면...
* 총평
나는 TED를 모른다. 그래서 TED가 어떤 것이며 어떠해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TED의 모토;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그런데 앞서 몇몇 발표 ㅡ1번, 2번, 6번ㅡ 는 그러한 취지와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TED는 단순히 한 개인의 태도(attitude)나 생각을 공유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TED를 보고, 지역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어떤 분야건 "영감(Inspiring)" 을 얻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영감, 힌트일 수 도 있지만 발표자의 발표를 듣고 사안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보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공감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하는 것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TED를 보는 이유이고 내가 생각하는 TED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몇몇 발표는 그러한 점을 찾아볼 수 가 없었으며 오히려 일반론의 반복이라는 느낌도 있었다.
물론 이것은 받아들이는 개인 나름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가 영감을 받지 않은 발표라고 해서 TED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TED의 발표들이 어떠한 틀이 얽매여 있거나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Idea Worth Spreading"를 생산해 내는 입장에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가치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들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TED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생각들, 멋진 계획과 구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음 행사에도 기꺼이 참석하고 싶다. 공유와 영감의 멋진 순간들을 느끼기 위해서 TEDxPalgong이 그저 "우리도 TED했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간에 깔리는 음악이 너무 내 취향이라 정말 좋았음. 누쟈베스 곡들이었던 같은데..
++자원봉사자 분들 힘드셨을텐데 대단하심 !!!
+++행사 중간 상영된 켄로빈스 경 발표. 적절한 유머에 마지막에 예이츠 시까지.. 정말 awesome!!!
